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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45

  • 입력 2020.02.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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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도시 시장의 의미 있는 도전

 

 

지난 며칠간은 한국인들이 잠시 행복해했고, 큰 자부심을 품었으리라 생각된다. 한국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무려 4개 부분에서 수상하였기 때문이다. 이날의 주제는 ‘변화’였다. 그렇게 완고하였던 아카데미도 변화를 선택했던 것이고 그 변화를 추동한 작품이 한국영화였다. 시상식을 보면서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무엇일까?”가 궁금하였다. 이미 지구상의 도시들은 시민들의 삶을 향상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왔고, 변화도 적지 않게 겪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도시의 구조나 기능이 더 복잡다단해지고 ‘기후변화’와 같은 심각한 환경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 측면에서는 도시 간 무한경쟁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은 정글의 한 가운데 놓여있다. 시장, 도시를 이끌었던 정책결정자는 수많은 해결키 어려운 문제에 대응하며 도전을 거듭하면서 단련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필자가 매주 도시에 관한 글을 쓰면서 일주일 내내 고민하는 것은 글 쓸 주제를 찾는 것이다. 생각해 놓았던 주제를 이따금 바꾸기도 하는데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수집해 놓은 자료가 부족하거나, 시의적절한 주제를 발견했을 때이다. 이번 주는 후자다. 이럴 때는 대개 시간을 놓치면 관련 글을 쓰기에 흥미와 의미가 반감할 수 있어서다. 앞서 적은 대로 변화를 선택한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가 있었다면, 그 일주 전에 미국 민주당원들도 변화를 선택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이 변화가 일시적인 거품이 되고 말 것이라는 예상도 있어 지금 쓰지 않으면 쓸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 변화가 도시와 관련이 전혀 없다면 이 연재에서 집어넣지 않았다. 미국 대선은 올해에 치러진다. 대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큰 이변을 만들어내었다. 그 주인공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South Bend) 시장인 38세의 피트 부티지지(Pete Buttigeig)였다. 한 중앙일간지는 관련 기사에 다음과 같은 부제를 달았다. “쇠락하던 인구 10만 소도시 살려낸 ‘재미있는 시장’ ··· 민주당에 새바람”

사우스벤드 시는 주의 북부에 있는 크지 않은 도시로 세인트 조셉 카운티의 주재지이다. 이곳을 흐르는 세인트 조셉 강의 가장 남쪽의 굽어진 곳에 위치한다. 카운티 전체 인구는 70여만 명이지만, 사우스벤드 시는 2010년 인구 조사에서 101,168명으로 파악되었다. 그래도 인디애나주에서는 네 번째로 큰 도시로 주 북부의 경제와 문화 중심지이다. 오대호로 이어진 수상교통 중심지에 1865년에 도시로 건립되었다.

강 주변은 자동차회사 등이 있는 중공업 단지로 20세기 중반까지 사우스벤드 시와 주변 카운티의 경제를 견인하였다. 시의 인구는 1960년에 최고가 된 이후 인구가 약 13만 명 정도 감소했다. 원인은 시민들의 교외 지역으로 이주와 공장들이 문을 닫아 근로자들이 떠나서다. 한 신문에서는 “몰락한 산업지대 ‘러스트 벨트’ 소도시의 전형적인 경로를 걸었다.”라고 하였다.

 

 

9년 전 부티지지가 시장으로 취임한 후 오래된 자동차공장과 주변 지역을 현재 ‘이그니션 파크’라고 하여 첨단 소기업들을 유치하여 새로운 기술 센터로 재개발하는 등 다양한 경제 부흥 정책을 추진하였다. 카운티 내의 노트르담(The University of Notre Dame)과 협력하고, 데이터 센터와 의료회사를 만들어 고용창출을 위한 노력에도 앞장섰다. 이를 위해 투자도 적극저으로 유치하고. 자전거 친화 도시를 계획을 세우며 도시의 면모를 빠르게 바꾸어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 결과 2015년에는 거의 50년 만에 인구가 처음으로 증가하였다. 오늘날 사우스벤드에서 대기업이 있지만, 주요 산업은 건강 관리, 교육, 첨단 소기업과 관광 산업이다. 이 도시가 미국 전역에 처음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10만 명 이상의 거주 도시에서 선출된 시장 중에 가장 어리다는 점과 인디애나주에서 처음으로 게이 단체장이 된 것이었다. 처음 시장이 되었을 때는 겨우 29세였다. 더 나아가 부티지지 전 시장이 2020년 민주당 대통령 예비 선거에 후보자로 나서겠다고 해서 전 세계적으로도 알려지게 되었다. 누구라도 이 소도시에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을까? 정확하게 이년 전인 2018년 2월에 도시에 관한 칼럼을 소개하는 웹사이트인 시티랩(Citylab)에는 “시장이 백악관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Can a Mayor Take the White House?)”라는 독특한 제목의 앤서니 윌리엄스(Anthony Williams)의 글이 실렸었다. 시장 출신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결론은 시장들이 도전하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하였다.

그의 글에는 “역사적으로 도시를 운영하는 경험은 대통령 후보자가 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은 곧 바뀔 수 있다.”라고 했다. 또 정치적으로 더 고위직으로 진출하려는 시장 출신들에게 도시 운영 경험은 과거에는 오히려 부담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정을 현명하게 운영하고, 솔루션 기반의 거버넌스 경험을 했다면 오히려 매력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전 세계에서 거대 도시나 대도시의 시장들이 대통령이나 수상이 된 사례는 적지 않다.

현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도 런던시장 출신이고,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도 이 나라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다바오 시장 출신이다. 우리나라 이명박 대통령도 서울시장을 거쳤다. 미국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뉴욕 시장에서 대통령이 된 4대 제임스 매디슨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러므로 작은 도시의 시장들에게 대통령은 불가능의 영역이었던 것인데 부티지지가 여기에 도전한 것이다. ‘변화’를 내세우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대선에서 성남시장과 고양시장이 대선에 출마하였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후 경기도지사에 도전하여 국내에서 첫 일반시장 출신 경기도 도지사가 되었다. 이보다 앞서 김태호 거창군수가 2006년 경남도지사가 된 적도 있었다. 앞서 언급했지만 도시는 이미 소국가 체제를 갖추고 있다. 물론 큰 차이가 있지만, 국가 운영 체계를 간접 경험할 수 있다. 또한, 도시들은 시민들과 직접 만날 수밖에 없는 시장의 현장 경험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갖는다. 따라서 여론의 속성을 잘 이해한다. 게다가 시정까지 잘 운영하여 도시를 돋보이게 발전하게 했다면 홍보도 잘 했을게 분명하다. 앞으로 좋은 도시의 시장들 도전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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