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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61

  • 입력 2020.09.2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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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도시 어메니티를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어메니티는 1990년대 말 경기도 여러 도시가 도시를 쾌적하고 매력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마련한 계획에 ‘어메니티’를 붙여 사용하였다. ‘어메니티’는 어떤 지역의 장소, 환경, 기후 따위가 주는 쾌적성을 뜻한다. ‘어메니티(amenity: 프랑스어 amenite, 이탈리아어 amenita)’는 ‘사랑하다’라는 뜻의 아마레(amare)가 변형되어 ‘쾌적한’, ‘기쁜’ 감정을 표현하는 라틴어 ‘아모네니타스(amoenotas)’를 어원으로 한다.

그러므로 도시에서의 어메니티는 사람이 살기 좋은 쾌적한 환경’을 의미하나 도시의 발전과 시대의 변천에 따라 의미도 새롭게 발전을 거듭하였다. 20세기에 들어서는 물리적인 쾌적성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쾌적성을 나타낸다. 결국, 삶의 질과 관련이 깊으며 지속가능한 사회와도 상통하는 면이 많다.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어메니티 개념은 “산업혁명으로 19세기 영국의 도시에 몰려든 노동자의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발생하는 질병, 사망률 등을 낮추기 위해 공중위생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리고서 주거시설의 개선으로까지 확산하여 근대도시계획의 상징이 되었다. 이후 공해와 환경파괴 문제가 대두되면서 환경성 회복이 어메니티의 핵심이 되었고, 거기에 더해 편리성, 환경성, 심미성, 문화성의 추구로 이루어지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서유럽에서 농촌 어메니티 운동이 유행하면서 농어촌 발전계획에 이 쓰이면서 널리 확대되었다.”라고 하였다. 아마 1990년 후반에 유럽의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 어메니트 운동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책 ‘문화도시’에서는 농촌에서의 어메니티를 “농촌 특유의 자연환경과 전원풍경, 지역 공동체 문화, 지역 특유의 수공예품, 문화유적 등 다양한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만족감과 쾌적성을 주는 요소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어메니티의 개념을 길게 설명하는 이유는 최근 도시재생이나 도시성을 강조하는데 문화적인 요소와 창의성을 강조하면서 다시 어메너티를 쓰고 있다. 이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유사한 개념들을 적용하고 있어서다. 즉 시민들이 편하게 느끼는 쾌적한 생활환경에서 문화와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설과 문화적 자산을 포함하는 것이다.

또한, 한 전문가는 어메니티를 “문화경영의 원천소스이며 문화경영은 어메니티의 인프라 구축과 자원 개발에 있어 주요한 방법론이라 했다.” 달리 이야기하면 도시재생에서 물리적인 구조 배경과 그 내용을 담길 요소는 문화에서 가져와야 하고 이렇게 하여 이해당사자인 시민들이 쾌적하고 경제적인 성과까지 나타낸다면 도시 어메니티는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이바지하게 된다. 따라서 유무형의 문화자산들은 자본이 되어 도시의 개성을 나타내게 된다.

앞서 언급한 경기도의 도시는 여섯 개의 도시로 수원시, 성남시, 부천시, 안산시, 안양시, 의정부시였다. 도시의 깨끗함과 아름다움, 여유, 역사와 문화적인 측면에서 어메니티 계획을 세웠다. ‘문화도시’에서는 이러한 계획은 ‘획일화되는 현대도시의 특성에 대한 반성과 도시의 정체성을 위한 문화성 추구가 핵심이 되었다.’라고 했다.

접근도 좋았고, 일정한 성과가 있었으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 보면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정체성 확보에는 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다. 어메니티의 네 실천 효과에서 심미성 추구와 문화성 확립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는 의미다. 도시경관을 관리하여 심미적인 면을 추구하고, 새로운 도시 구조를 위해 문화예술을 도시개발에 접목해야 하는 면에서는 대체로 소극적이었다.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건축들을 경관으로 인식하면서 미관뿐 아니라 도시의 이미지로까지 그 기능이 확대되고 있으며 문화적 영향력까지 가지게 되었다. 스페인 빌바오시의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스웨덴 말뫼시의 에너지 절약 아파트인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는 도시의 상징뿐 아니라 문화적 자산으로 역할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한다.

아울러 이와 같은 건축물의 조성되면 그 주변 지역의 쾌적성을 함께 향상하는 것이 최근의 도시건설이나 재생사업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더불어 세계의 여러 도시는 최근 첨단산업보다는 창의적인 산업의 부가가치에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부분 창조산업은 문화와 연계성이 매우 높다. 문화는 산업 발전에 필요한 독창적이고 세련된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를 개최해오면서 도시의 문화브랜드를 확립하였고, 이에 부합하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여 영화제를 지원해왔다.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대의 영화축제로 성장하였으며 한국영화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도 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과 문화의식 고취를 여러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자원을 활용한 도시 어메니티의 구축과 공공적 가치 확산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지난해 진주시는 ‘창의적 도시경관과 문화 어메니티’라는 주제로 국제 학술토론회를 개최하였다. 행사의 목적은 ‘도시의 획일화된 공공디자인에서 벗어나 진주시만의 쾌적한 도시경관 창출과 창의적 도시경관에 대한 정체성 제고, 문화자산을 활용한 쾌적한 환경을 창의적으로 가꿀 의견 도출’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어메니티가 도시정책에 접목하기 시작한 것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 미완성 상태임을 알게 된다. 사람들의 소득과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가치관은 변화하고 삶의 질 향상에 관한 관심도 증가하게 마련이다. 오늘날 세계의 많은 도시가 도시민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문화환경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문화는 이미 산업으로서 무한한 경제적 가치와 가능성을 인식시켜주었으며, 세계 각국의 도시들은 저마다의 문화산업을 개발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즉, 쾌적하고 시민들이 즐겁게 생활할 만한 문화적인 요소를 갖추고 이를 기반으로 한 창조산업까지 발전한다면 사람들은 그 도시로 다가가게 될 것이다. 오늘날은 문화 수준이 곧 도시 및 국가의 수준을 대변하는 시대가 되었다. 세계 선진 도시들의 변화와 성장에는 문화예술의 의미와 가치 인식을 담은 오랜 문화정책과 지역민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도시들은 어메니티에 대한 이야기들을 되돌려 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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