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획
  • 기자명 장기준 기자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이야기 9

  • 입력 2018.12.12 21:34
  • 수정 2018.12.20 13:53
  • 댓글 0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9
도시에도 생태마을 필요하다.

한때 교외 마을 만들기와 집 짓기가 붐이었던 적이 있다. 도시의 복잡하고 고단한 생활을 잠시 벗어나 단순한 일상을 통해 삶에 활기를 얻고, 전원의 깨끗하고 맑은 풍경을 꿈꾸었던 도시민들이 많았었다. 일반적으로 생태마을은 다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실질적인 생태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자연에 적응하는 삶을 누리면서 마을 내에서 주민 각자가 생산적인 일을 하며 공동생활을 하는 마을이다. 두 번째는 기존 마을의 주민들이 생태마을을 지향하면서 협의로 만들어나가는 환경친화적 마을이나 동네다. 이 경우는 도시 내에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는 새롭게 큰 토지를 사서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대지를 조성하고, 환경 자재만을 이용한 건물을 짓고 뜻을 함께하는 입주주민들을 모아 마을을 이루는 경우다.

생태공동체면 주민들이 마을 내에서 생활하고 노동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함께 일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또 주변의 자연과 농지를 잘 활용하여 에너지원과 식량을 획득해야 하므로 넓은 토지가 필요하다.

또한, 화석연료를 배격하니 화목으로 쓸 나무를 잘 가꾸어야 하거나 농업 부산물을 잘 관리해야 한다. 더나아가 수입이 생기는 생산적인 일도 해야 마을이 돌아간다. 이렇게 하려면 생태계와 자연에 대한 주민들의 관점이 대체로 유사하거나 같은 철학을 공유해야 하는 전제 조건이 있다. 국내에서도 몇 곳의 생태공동체가 있으나 아직 실험적인 단계이고, 그 성과가 분명하게 알려진 것은 없다.

외국에서는 성과는 있지만, 실험적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지나치게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하다 보면 사람의 본성과 상충하는 경우 생긴다. 이도원 교수 등의 저서 ‘한국의 전통생태학’에서는 우리 전통 마을들은 대개 환경친화적인 공동체였다고 하였다. 전통 마을은 수자원과 마을 주변의 자연을 공유하며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공동체 의식이 있었다.

한편 세 번째의 경우는 파주시의 헤이리 마을을 예로 들 수 있다. 한적한 시골 농토에 대지를 조성하는 과정에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고, 기존의 물줄기도 잘 유지하였다. 그리고 입주민들의 협의를 통해 마을 조성과 건물 디자인 원칙을 정하고 나서 도로와 정원 등을 포함한 마을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건축 자재도 화학물질이 포함되지 않는 철재, 시멘트, 목재만으로 하고, 설계 내용도 마을 건축위원회에서 통과하여야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이렇게 조성되기 시작한 마을은 에너지나 생태학적 차원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단지를 조성할 때부터 환경적인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해서 추진한 국내 최초의 사례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헤이리 마을이 생태마을로 불리길 기대한다. 헤이리 마을은 경기도 최초의 문화마을 지정되었으며, 수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이젠 주변 지역까지 발전시키는 ‘헤이리 효과’를 만들어 낸 마을이 되었다.

그런데 도시에서 생태마을은 왜 필요한가? 앞의 두 경우는 생각보다 실천이 어렵다. 그리고 초기 경비가 많이 들고 안정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일반 도시민들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마을만 생태적으로 조성하고 주민들의 큰 도시로 나가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 보자면 생태마을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도시에서 생태마을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많이 생겨났다. 생태마을 전문가인 박경화는 그의 책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에서 도시가 싫어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도시에서 작은 실천을 통해 생태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 사람들이 모이면 그것이 동네가 되고 도시가 되는 것이다.

녹색연합 녹색사회연구소가 지은 작은 책, ‘도시 생태마을 지침서’에서는 도시 생태마을을 ‘도시의 일상생활에서 에너지·자원의 소비와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자연순환 시스템을 살릴 수 있는 주거기술을 실천하고 이웃과 함께 공동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는 생활공동체’라고 정의하였다.

이웃들이 참여하고 마을의 비전을 세우며, 단순히 환경이나 에너지 문제만 아니라 육아, 교육, 복지까지 고려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안산의 일동에서는 온 마을 차원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그 성과가 차츰 나타나고 있다.

도시의 후미지거나 외딴 곳에 버려진 땅이 있다면 사람들이 돈을 모아 산 다음 각 집이 개성에 맞는 집을 자유롭게 짓고 마을을 이루어 생태적 삶을 추구하는 마을인 영국 브리스톨 시의 애슐리 베일(Ashley Vale)처럼 할 수도 있다. 어떤 생태마을이든 그 속에 사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도시와 직장에서의 무미건조함을 느끼는 도시민들은 동네 또는 마을이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단위의 공간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이 좁고 정이 있는 공동체를 희망한다. 도시가 커지고 기술 중심 사회가 될수록 생태마을에 대한 동경은 계속될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안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