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획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31

  • 입력 2019.08.22 11:56
  • 댓글 0


                도시에서 풀어야 하는 음식에 관한 세 가지

얼마전 어떤 모임에서 대전에서 온 한 참석자가 지역 빵집에서 사 온 소보로를 나누어주었다. 아직 식지 않았고 정성이 엿보이는 작은 포장지도 좋아 보였다. 점심때가 다가온 터라 작은 빵 하나로 모두가 행복했던 적이 있었다. 이어 칭찬과 자랑이 이어졌고, 몇 개를 더 사 오려고 했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조금만 사 왔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이 튀김소보로가 대표 빵이란 점 등등. 물론 성심당 빵집 이야기다.

친구 초청으로 포항에 갔다가 경주의 한 빵집에 들렀는데 한참을 기다리다 그냥 온 생각이 떠올랐다. 참석자들을 자인의 도시에 유명한 음식점이나 자랑할 만한 음식 이야기로 이어졌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군산에 들르고, 영동고속도로를 갈 때 원주를 들르는 것이 하나의 여행 트랜드가 된 지도 오래다. ‘충무김밥’이나 ‘안동찜닭’ 그리고 속초의 ‘닭강정’, 춘천의 ‘닭갈비’는 이미 국민 음식이 다 되었다.

이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원의 한 설렁탕을 갔었는데 정말이 손님이 많았다. 수원에서 가장 유명한 집 중에 하나라고 했다. 이런 음식점들은 도시마다 다 한두 곳을 다 있게 마련이다. 제주에도 맛집들이 많다. 관광지로 너무 유명하다 보니 필자와 같이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은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소문 안 난 맛집을 찾는다.

 

요즈음은 음식이 대세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방송에서 먹는 것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자고 나면 하나씩 생긴다고 할 정도다. 음식 여행이나 조리법에 관한 책들도 늘어나고 있다. 마치 먹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요리를 하나둘을 잘하는 것이 기본 스펙이 될 정도까지 되었다.

도시민들에게는 이런 유행이 없을 때도 자신만이 나는 좋은 식당이나 분위기 있는 찻집, 좀 비싸더라도 색다른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을 찾는 것이 작은 휴식이자 즐거움이었는데 이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여유가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경향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종일 바깥에서 식사해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집에서는 잔치나 회식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식은 단순히 즐길 거리만이 아니라는 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생존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적당한 양분을 흡수해야 하는데 대부분 음식을 통해서 한다. 밥이 보약이라 하지 않았던가. 골고루 잘 챙겨 먹을 때는 보약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병들게 하는 독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 세계인구도 늘어나고 개인당 식사량도 늘어나니 식품의 대량생산과 장거리 운송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지역에서 나는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운동까지 생겨났다. ‘지역음식(local food)’을 먹자는 운동인데 이 운동이 시작된 미국에선 100마일(약 160㎞) 이내에서 생산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도시 주변에 이를 공급할 만 생산시스템이 있느냐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사항들을 고려하면 도시에서 음식 문제는 다음 세 가지로 귀결된다. 첫째 경제적인 것인데 점차 외식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과 ‘식품음료신문’의 자료에 따르면 가구당 월 15회 정도 외식을 하고 월 34만 원 정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럴 때 어느 곳의 식당을 찾는가는 지역의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의 식당과 식재료 생산에 대한 경쟁력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는 건강한 식재료의 생산과 지역 음식 개발인데 이는 신선한 식품을 소비하고 식품의 이동 거리를 줄임으로써 지구환경에도 이바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일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가공식품의 소비도 빠르게 늘고 있어 건강한 먹거리의 확보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다가오고 있다.

FTA 체결로 식재료의 수송 거리는 엄청나게 길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산화탄소의 소비량도 어마어마하다. 지역에서 자립적이고 신축성 있는 식재료 공급네트워크를 개발한다면 동일 지역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 그러면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지역주민의 건강, 환경,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 나아가 지역음식이 인기가 높아지면 유기농 농업이 더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다. 로카보어(locavore)라는 용어가 있는데 ‘현지에서 생산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미국과 다른 여러 나라에서 조용히 퍼지고 있는 로카보어 운동은 도시에서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자연보전 의식과 함께 전파되고 있다. 

브라질이 벨루오리존치(Belo Horizonte) 시에는 농부들이 생산한 농산물 가운데 잉여물을 관리하는 부서가 있는데 저소득 가구에 공급하거나 공공 식당에 제공하는 일을 담당한다. 시민들의 건강도 챙기고 농부들의 소득도 보장해주는 일거양득 정책도 기본적으로는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만든 ‘지역음식’이 좋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것이다.

셋째는 음식물쓰레기 문제이다. 나무위키의 정의에 따르면 음식물쓰레기는 ‘사람이나 동물이 먹고 남긴 음식물 또는 먹을 수 없게 되어 버려야 할 식자재, 음식물’을 뜻한다. 지난해 방영된 MBC 뉴스에 따르면 “우리 국민 1명이 하루 평균 버리는 생활 쓰레기, 9백30g인데,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게 27%, 재활용품이 33%, 가장 많은 게 음식물쓰레기로 40%나 된다. 배출량도 해마다 늘어서 하루 1만 5천 톤에 육박하고 있다.”라고 하였다. 

쓰레기 중에서 가장 처리가 어려운 것이 음식물쓰레기다. 우리나라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큰 숙제가 이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완전한 해결에는 실패하고 있다. 게다가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는 시민들을 괴롭히기까지 한다. 최근 외국에서는 음식물처리에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저작권자 © 투데이안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